아인슈타인으로부터 사랑을 담아 APOLLOCRISIS - 모범답안으로 가는 길
발매 전
어디로부터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일까 그 해답편
비주얼 아츠의 신생 브랜드 GLOVETY에서 만든 데뷔작 아인슈타인으로부터 사랑을 담아의 후속편.
기본 무료공개(1달 딜레이)의 로우프라이스 팬디스크.
전체적으로 니이지마 특유의 마이웨이 세카이계 감성의 열린결말로 끝난 뒤의 의문에 대한 해답편을 던져준다.
일본 쪽 분석 리뷰들에서 제기된 추론들에 대한 공식적인 해답을 기존의 그의 기조와 다르게 작중 인물들이 하나하나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일종의 애프터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본편의 모티브의 소설인 『앨저넌에게 꽃다발을』에서 지능을 원했던 찰리는 다시 바보로 돌아갔지만 이 작품의 주인공인 슈타는 신세계의 문을 열지 않았다.
본편에서 라이터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평범한 삶의 선택과 가족의 사랑이었고 그 이외의 설정은 굳이 설명하지 않는다식으로 열린 결말을 냈기 때문에 굉장히 불친절한 작품이 되었다.
특히 아무리 SF고전이라고 해도 본편의 이해도를 엄청나게 높여주는 『앨저넌에게 꽃다발을』줄거리가 요약도 안나온 것은 이 게임을 굉장이 호의적으로 보는 입장에서도 감점요소가 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앨저넌에게 꽃다발을』에서 찰리가 지능을 선택한 대가로 평범한 삶을 잃어버리는 것처럼 이 작품의 각 루트도 자신이 얻거나 얻고자 한 것에 반하는 대가를 각 루트에서 번갈아가며 보여준다.
카스미는 슈타의 작전을 얻어내서 천적을 잡아내고 승리하지만 슈타의 지능이 날아가버렸고
이이나는 자신의 능력이 사라진 평범한 삶을 얻어내지만 슈타가 그 짐을 대신 짊어지게 되었고
시노부는 슈타와 함께 어른이 되기 위해 발버둥쳤지만 서로 연락두절이 되는 방식으로 강제로 어른이 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그랜드 루트에서조차 신세계의 신을 거부하고 평범한 삶을 선택한 슈타는 비일상에서 일상으로 돌아오는데는 성공했지만 비일상의 존재였던 로미를 잃어버리게 된다.
엔딩 후 정도와 상황에 따른 희망의 차이는 있지만 플레이어가 원하는걸 제대로 주지 않는 니이지마 특유의 작품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다.
발매 전 로미의 이야기라고 공공연하게 밝힌 만큼 로미에게 다시 시련이 올 것은 자명했고 이번에는 어떤 엔딩을 제시할 것인지가 포인트였다.
아폴로 크라이시스
초반부는 니이지마 답게 좋은 템포로 이야기를 이끌어나가고 있다.
일본인의 리뷰를 보면 어김없이 또 문장력이 좋다라는 표현이 보이는데 이 점은 네이티브가 아니라서 제대로 만끽하지 못하는 점이 아쉬운 부분이다.
최종보스기만 했던 미코를 다를 각도에서 조명하고 노가미라는 새로운 인물의 합류도 기존 캐릭터와 잘 섞어서 흥미를 잘 유발해냈다.
어딘가 위화감 있는 1년이 지난 평화로운 일상의 묘사도 게임 볼륨 상 급전개가 있을 수 밖에 없지만 그런 급전개를 계속 암시하면서 갑작스럽다는 느낌을 최소화해 주었다.
핵심 내용면에서는 이미 심도 깊은 분석에서는 전부 나왔던 내용들이지만 그대로 확정지어주었다.
로미가 아카네의 모멘트(혹은 아인슈타인)같은 존재일 거라는 추측은 본편의 부족한 연결고리와 엔딩의 갑작스러운 이별을 가장 설득력있게 설명할 수 있는 주장이었고 이는 아폴로 크라이시스로 공식적으로 확인되었다.
전개는 니이지마식 왕도적 세카이계 전개.
본편도 컴팩트한 편이었지만 할 이야기는 거의 다 해주었기 때문에 미코와 노가미 그리고 최후반부의 로미까지 계속 주인공에게 설명해주는 방식이나 전투에서 대결이 아니라 서로의 생각 감정을 설파하는 전투 씬에서 신에바 극장판의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결말 역시 그간의 새드엔딩 느낌의 열린결말이 아니라 날씨의 아이와 비슷한 모든 문제를 해결한 후 일시적 이별 그리고 재회로 마무리지었다.
그의 작품에서는 오랜만의 완전한 해피엔딩.
에필로그도 어디에 있어도 찾아낸다고 하던 신에바의 마리의 대사를 옮긴 것 같은 내용이다.
물론 신에바는 올해 3월에 개봉한 작품이었고 아폴로 크라이시스에 정말 영향을 주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세카이계 감성을 추구하는 작품들의 최종전투에서 풍기는 느낌이나 결말의 방향이 유사한 것, 이 작품이 TVA시리즈의 극장판 엔딩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은 우연이 아닐지도 모른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떡밥은 존재하지만(주로 서브 히로인 루트들) 슈타, 로미, 미코라는 중요 인물들의 이야기는 본편에서 빠진 톱니바퀴들을 플레이어게 제시하는 모법답안으로는 나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열린결말성애자인 니이지마의 악취미답게 핵심 주제인 어디로부터 와서 어디로 가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여전히 플레이어에게 맡겨놓았다.
그래도 업계 라이터 중 호불호의 끝판왕급인 그가 조금은 대중적인 방향을 향한 게임 내에서 말한 '상냥함'이 더해진 시나리오가 되었다고 본다.
본편이 내용적인 면과 별개로 풀프라이스임에도 불구하고 분량이 부족한 게임이었는데 아폴로크라이스의 내용까지 담았어야 하지 않았나 싶지만(그랬다면 4단구성이 되었겠지만) 실제 플레이에도 1년의 시간차를 두는 편도 조금은 감성적인 면에서 이점이 있었다.
GLOVETY
기본적으로 코이카케의 팀을 섭외해서 비주얼 아츠 인력의 서포트를 받은 게임이라 단발성 프로젝트로 끝나도 이상하지 않고 경향성은 다르지만 tone work's가 비주얼아츠 내 18금 순애계 브랜드라는 포지션을 잡고 있다.
다만 여러 정황상 바바사장이 니이지마를(혹은 그의 스토리 경향을) 좋아하는 것은 거의 확실해 보이며 비주얼 아츠의 메인 브랜드인 Key의 경향성의 원류라고 할 수 있는 AIR의 감성 역시 상당히 유사하다는 점으로 보아 브랜드 존속 혹은 다른 형태로든 비주얼 아츠와 협업이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그림만 보면 누가봐도 캐러게 캐릭터인데 굉장히 험하게 굴리는 니이지마의 스토리가 주는 갭이 좋아서 이 브랜드가 더 존속할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