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평/게임

여름의 종식 - 공허한 여름의 끝

세넬 2022. 8. 29. 16:57

夏ノ終熄, CUBE, 2022


발매 전 개괄

카즈키 후미가 나인 시리즈로 홈런을 친 뒤 여러 회사에서 작품을 쓰기 시작했는데 CUBE에서 나온 로우 프라이스.

개인적으로 CUBE는 your diary 이후로 영 미덥지 않은 느낌이지만 연타석 홈런을 기대하며 초회한정 예약구매.

원화는 우미코. 아쿠아토프 후우카에서 머리색만 바뀐거 같지만 워낙 도장끼가 있다보니...

공개 시놉시스로는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보이 미츠 걸 같은 느낌



이하 스포일러

 

 

 

감상

시놉시스로 아포칼립스를 언급해 뒀지만 순수 작품내적으로 봤을 때는 약간의 서술트릭이 있다.

한계취락조차 넘어서 혼자만 남은 시골인데 자가발전으로 전기도 약간은 공급이 되고, 영상투고같은 이야기로 페이크를 넣었지만 실제로는 아포칼립스의 세계.

극복 엔딩이 있긴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나인과 같이 1회차 배드 엔드 후 2회차에 정답 선택지가 등장하여 트루 엔드로 이끄는 구조이다.

배드엔딩 후 정답의 선택지가 추가된 2회차


1회차의 구조는 로우 프라이스 치고 꽤나 신경써서 만들었다고 느껴지는 부분들이 있었다.

엔딩을 본 뒤에 매일 아침 미오의 대사가 의미심장했다는 것을 알게만드는 점.

히로인과 산에도 가고 바다도 가고 양쪽을 모두 보고싶어하는 심리를 이용하여 배드엔드로 이끄는 점이 그렇다.

 

엔딩의 복선이었던 미오의 컨디션



하지만 2주차는 로우 프라이스 분량의 한계가 여실히 느껴졌다. 기본적인 수렵이나 낚시로 추가된 부분을 제외하고 사실상 골자는 동일해서 내용적인 면으로는 1주차의 극복엔딩보다 충실하지 못한 느낌을 준다.


진도가 빠른 것은 분량상 납득이 가능하지만 그래서 유우지와 미오가 맺어진 뒤에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지를 알 수 없기 때문에 공허하다.


낚시 루트의 고양이 또한 서술상 큰 필요가 없기 때문에 사실상 양쪽의 루트는 H씬의 차이 이외에 나누어 놓을 이유도 없고, 차라리 양쪽을 한번에 다 볼 수 있게 해서 회수를 편하게 해주는 편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1주차의 전원에서의 서바이벌과 관련해 직간접적으로 언급되는 생존(특히 먹는 입이 하나 늘어나서 다가오는 식량의 압박), 살아가는 이유, 2주차의 수렵 후 생명을 먹는 것에 대한 생각 등 전형적이지만 아포칼스 세계관에서 풀어나가기 좋은 소재들이 있었고 유우지와 미오의 조금씩 언급되는 과거, 맺어진 후의 이야기 등 풀어나갈 이야기가 너무 많았지만 전부 분량의 한계로 잘려나갔다.


이러한 점은 나인 코코이로-소라이로 때의 문제점과 많이 겹치는데, 그 때는 불안요소가 있었지만 작품별로 각각 (이즈미 츠바스의 다키마쿠라를 인질로 한) 1년씩의 피드백 기간이 추가되어서하루이로-유키이로에서 멋지게 마무리를 지었지만 이 작품은 단독 작품이다.

 

약속, 과거, 살아가는 것 분량이 더 있었다면 분명히 이야깃거리는 더 있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세계관과 무대설정의 착안점도 좋고 초반 이야기의 템포, 캐릭터의 매력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몰입시키는 능력은 훌륭했으나 그렇게 몰입 시킨 뒤의 내용이 사라져있는 작품이 되어버렸다.


여름의 종식은 분명한 장점도 존재하기 때문에 이것만으로 카즈키 후미의 홈런이 순전히 치트에 가까운 나인 시리즈의 개발기간 덕분이라고 판단하기는 이르지만 하나의 작품으로 그 정도의 완성도 높은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느냐에 대한 의문부호는 여전히 남아있게 되었다.

 


다음에 할 작품은 드디어 키네틱 3부작의 마지막 종말의 스텔라